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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05:16 드라마

텐아시아에 실린 싸이 인터뷰.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people11&a_id=2012081222504059578

오빤 강남 스따-알을 유튜브에서 보고 흥분해 싸이 X나 천재야, 하고 뱉었더랬다. 메이킹 필름을 보면서, 역시 이런 물건을 만들어내는 선수는 하루이틀 일해서 어쩌다 보니 뚝딱 만든 게 아님을 느꼈다. 특히  "이거 사실 굉장히 한심한 얘기거든요. 찍으면서도 어찌나 한심하던지..."하며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를 냉철하게 거리두기 하는 한편 찍는 순간에는 미친 놈처럼 질러대는 그를 보며 적잖이 놀랐다. 아, 자기가 뭘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구나.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뭘 하고 있는지 아는 놈(싸이가 놈이라는 건 아니다, 걍 대명사다)이 십 여년을 그 길에 매달리면 뭐든 사고를 제대로 친다.

posted by 쏘녀
2012.04.20 18:37 공부

이번 주 일요일이 마감인 학회에 논문 두 편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어차피 휴가 기간인지라 학교 가봐야 사람도 없고, 이번 한주는 방에 콕 틀어 롸이팅, 밥해먹기, 틈틈이(?) 웹질은 무한 반복 중.

그러던 중 어제 일이 터졌다. 준비 중인 논문 한 편과 많이 중복되는 논문이 있는데, 그쪽 저자(들)이 불만의 표시를 해왔다. 이메일의 한 문장에 불과했지만, 그 문장 때문에 우리쪽은 난리가 났다. 실은 그쪽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저자 중 하나인 D가 지난 가을에 내게 직접 얘기를 해준 바가 있다. 그 후 올 초에 다른 아이디어가 생겼고 해서 우리는 우리대로 연구를 해왔던 것. D는, 믿고 언급한 건데 우리 결과 아직 공표하기 전에 너네 논문을 학회에 내려고 하냐, 이런 얘기인 것. 그쪽 그룹은 우리 분야 톱 학회에 최근 논문을 이미 제출했다. 내용도 별개고 우리 논문은 걔네 논문보다 임팩트가 약한 건데 왜 이렇게 발끈할까 의아했더랬다. 결국 우리 그룹, 저쪽 그룹과 모두 잘 아는 교수님까지 한참 대화를 나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이 교수님의 지적대로, 그들은 몬스터 논문을 준비해 top 학회에 내려던 참인데 우리 논문이 들어오니 신경이 쓰였을 테다. 어차피 저쪽 학회든 이쪽 학회든 어떤 리뷰어들 손으로 들어갈지는 뻔한거고, 그들은 두 논문을 다 읽고 의견교환하고 비교해볼테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학회이다 보니, 작은 factor에도 당락의 영향이 없지 않을테고 그들도 신경이 쓰였으리라. 우리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하던 연구라고 알고 있더라도, 토픽에 침발라 놓은 것도 아니고 (실은 우리도 1년 전부터 하던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던 터라, 그들 입장에서도 우리가 이런 쪽으로 일하게 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생겼고 결과가 나왔는데 출판을 못할 이유가 없다.

처음 이메일 받고는 마음이 너무 어지러워서, 다 때려치워 논문도 안 낸다, 거의 이런 생각이 불끈 들었더랬다. 어제 저녁은, 내가 뭐하고 있는 걸까, 정말 잘못한 걸까 머릿 속도 너무 복잡했다. 내 상식으로는, 어제 얘기한 '우리'의 상식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어보이지만 conflict of interest가 있는 그룹 입장에서는 상도의에 어긋나보였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도 모르는 새에 너무 어리석거나 파괴적으로 포지셔닝되어 있는 건 아닌지 공포가 밀려왔다. 아주 약간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20대 중반 무렵 몇 년간 달고 살았던 그 공포감. 좀더 철이 나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고, 이겨내려고, 정복하려고 노력하던 그 공포감이 어제는, 아주 잠깐이지만,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1초간, 연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뭐하고 살까 싶은 마음까지. 물론 1초였지만.


같이 연구하고 있는 동료들과 얘기하면서, 우리에게 wisdom을 나누어준 또 다른 교수님과 얘기하면서 마음은 좀 가라앉았다 . 또 매우 중요한 경험을 배웠다. 이런 conflict of interest는 곧잘 생기고, 이걸 잘 해결하려면 conflict of  interest라는 측면을 인정하고 각 관련 그룹들이 예민해질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럴 때는. 쉽게 상대를 재단하거나 색안경을 끼거나, 피해의식을 갖지 않고 아주 객관적이고 쿨한 입장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나를 포함해 네 명이 어제 긴 대화를 나눴는데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과 접근하는 태도에 넷의 성격과 경험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오버해서 스스로를 탓한다. 실은 탓할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아주 작은 비난에도 내가 모든 걸 잘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실체 없는 자괴감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어찌 보면 매우 hot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긴 대가 같은 일이지만, 화제와 mess의 중심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괴로워 이런 주제는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회피적이고, 자포자기한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주제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쉽게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번번히 감정적으로 무너진다면 곤란하다.


마감은 늘 어렵지만, 이번 마감은 특히 더 어렵다. 논문을 두 개나 내겠다는 계획부터가 내 능력을 한참 웃도는 일이었고, 게다가 한 논문은 두 개의 다른 논문 (위에서 언급한 논문 말고 또 하나를 건드린다), 그 논문들의 저자그룹 두 군데를 건드린다.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다. 잘못한 건 없지만, 내 입장에서도 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 겨우 학회 내거나 내지도 못한 논문 (하지만 공개는 이미 해놓은) 내용이 약간 위협받는다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테다. 아, 어렵다. 그래도 어쩌랴.

정치는 어렵다. 또 하나, 앞으로는 비슷한 연구를 하는 그룹들과 더 일상적인 연락을 주고받을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런 일은 미리미리 파악하고 조정할 게 있으면 조정해서 어제 같은 충돌 아닌 충돌이 막판에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면 최상이겠다.

posted by 쏘녀
2012.03.28 06:43 공부

문득 무서워질 때가 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느낌으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걸 알아차릴 때.

전생의 경험에서 온 기시감이 아니라, 현생에서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시감.

굴리고 굴리다보면 조금은 다른 풍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있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가끔은, 끝없이 반복될 것 같은 이 기시감에 겁이 난다.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같은 자리에서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지 아님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지 봐줄 수 있는 사람.

쳇바퀴와 함께 움직이는 나는 그걸 보기 어렵다. 

타인, 0.01cm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속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타인이 있어야

내가 있는 곳, 가는 곳도 보일 터.



posted by 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