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1 10:01
질문과 답
다음주에 있을 PCC (Postgraduate combinatorial conference)의 막바지 실무 준비를 하면서 함께 organizer를 맡고 있는 (사실 나는 한 일이 거의 없고 이 친구와 다른 학교에 있는 또다른 organizer가 다 했다) 친구와 담소를 나누었다. 이란 출신인 이 아이는 방학 때 자기 나라에 잠시 돌아갈 예정인데 이번 대선 후폭풍 때문에 방문 기간이 어떨지 긴장하고 있었다.
이란에서 뭔가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뉴스를 곁눈질이라도 하는 이상 놓치기 어려운데,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개혁파라고 흔히 불리는 무사비라는 전 총리와 이번에 당선된 전직 대통령이 어떤 사람들인지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이런 것 배경지식이 없으니 알 수가 없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아레주와 대화를 나누면서 좀 상황파악이 됐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그리고 거의 맞아 보이는데) 이번 대선 결과는 거의 사기에 가깝고, 왠만한 이란 사람들이면 그걸 다 알고 있다는 거다. 처음 던진 질문이, 이번 상황에 'good guy'와 'bad guy'가 있냐는 거였는데, 확실하게 있다고 한다. 우리가 MB에 대해서 인식하듯이 이 친구는 '당선'된 전직 대통령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친구가 얘기해준 몇 가지 사실들을 짚어보면.
- 이번 대선 투표율이 90%가 넘었다는 것. 그만큼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혐오와 염증이 극에 달했다는 것. 평소의 투표율은 우리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
- 얘 표현으로는 '모든 사람이' 무사비를 찍었단다. 도대체가 마무디 (전직 대통령)가 당선될래야 당선될 수가 없는 상황이란다.
- 개표 시작한지 두 시간만에 선거 결과를 공표했다. 인구가 7500만인 나라, 투표율이 90%가 넘었던 선거에서.
- '좋은 사람들' '인기 있는 괜찮은 사람들'은 모조리 무사비를 공개 지지했고 (우리 식으로 말하면 손석희나 박찬욱 이런 유명인사들), 사람들은 당연히 무사비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해서 선거 끝나고 거리 파티를 할 기대를 하고 있었단다. 예전에 뭔가 좋은 일 (이란 혁명이었나? 어떤 힘든 대선이었나? 설명을 들었는데 까먹었다), 어떤 정치적인 승리 후에 대대적인 거리 축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는 것.
- 영국 내의 이란인들이 부재자 투표를 했는데 2만 7천표 중에 마무디 표는 몇 백표인가 몇 십표가 나왔다나. 절반 이상이 무사비, 나머지는 두 명의 다른 후보들에게 갔고, '당선자'에게 간 표는 극히 미미했다.
- 4년전 마무디가 당선됐을 때 돈으로 투표를 사는 것부터 선관위가 직접 투표 조작하는 것까지 선거 부정이 장난이 아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이 친구가 말하길, "나는 혁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정말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면 지금은 혁명이라도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그 정권이 그대로 가는 건 절대 안 된다, 죽은 사람들 목숨만 아까운 것 아닌가." -아 정말, 한국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방식과 똑같다. 역시 사람들은 국적이 어떻든 크게 다르지 않은가보다. - 이 친구가 마무디를 묘사하는 단어들을 들어보면 거의 우리가 어떤 쥐새끼를 언급할 때 쓰는 표현, 몸서리치는 모습과 흡사하다. 다른 건 몰라도, 투표율이 90%가 넘는다는 건 사람들이 거의 미칠만큼 상황에 극에 달했다는 거 아닌가.
몇몇 뉴스와 눈에 띄는 헤드라인만 읽다가 이런 얘기를 들으니 무지 신기하다. 오래된 종교지도자 아나톨리(맞나?)와 호메이니에 대한 얘기, 이란 혁명과 그 이후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줬다. 전부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이란, 참 여러가지 의미에서 대단한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또한 호락호락한 국민들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